문학

감나무 -이재무

장자와노자 2009. 11. 14. 12:23

 

감나무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1996년>

 

 

 

     이 시에서 느껴지는 애련한 그리움!! 나를 스쳐간 많은 사람들, 어린 시절의 친구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끔 그냥 문득 생각나는 얼굴들..

 빠알간 감 자체가 붉은 눈물로 보여지는 시인의 마음,  능동적으로 나서서 안부를 물어보고 친구들을 찾아보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만히 기다리는 소극적, 수동적 그리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 도망간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