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넛지 (Nudge)> 경제학? - Kramer (09.08.03)
출처: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740673
넛지 (Nudge)> 경제학?
사람은 그가 어떤 책을 읽느냐를 통해서 그사람의 생각을 대체로 살펴 볼 수 있다. 사람의 지식은 정보로 통해서 습득되는데 그가 읽은 책이 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3일부터 1주일 여름 휴가를 가면서 청와대 부하직원들에게 권한 책 중 하나가 “넛지 (Nudge)”라는 제목의 경제학 서적이다. “넛지” 라는 영어 제목부터가 이해하기가 쉽지 않게 보이는 이 책을 대통령이 고급 참모들 뿐만 아니라 일반 공무원들에게도 권한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어보라고 책선물을 하고 휴가를 떠난 대통령의 향후 정국 구상을 어느 정도 파악해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체로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집권1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집권2기에 들고나온 “중도강화론”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기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보수대통합론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보수강경파 소리는 죽어 들고 이명박의 상징인 실용주의 중도통합론 (“제3의길: The 3rd Way”)을 더욱 강력히 추구할 것으로 예견해 볼 수 있다.
“넛지”라는 책의 공저자는 보수 주류 경제학의 본산인 시카고대에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는 탈러 교수와 시카고대법대에서 작년 하바드법대로 옮겨갔다가 이번 오바마 행정부에서 정보와 정부 감독 규제를 총괄 관장하는신설된 자리인 백악관 “정보통제관” (head of the White House Office of Information and Regulatory Affairs) 에 오른 카스 서스타인 교수이다.
(내가 지난 번 청와대 신설 예정 조직인 정보통제관직에 대해서와 박형준 청와대 홍보 기획관에게 쓴 글 의도가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탈러 교수는 보수주류경제학의 산실인 시카고대에서 보수주류경제학에 대항하는 행태경제학을 주창하고 있으며 행태경제학의 권위지인 ”고급 행태경제학” 학회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고 노벨상 수상자의 대열에도 오른 행태경제학(행태금융론)의 대가 중 한 명이다.
서스타인 교수는 시카고대가 본산인 보수주류학계에 대항하여 법학자인데 그의 이론적 기반은 행태경제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서스타인은 보수주류적시각을 대변하는 시카고법대의 포즈너 연방고등법원판사와 이론적 대결을 펼쳐 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참고로 2008년 금융경제 위기 사태로 맞이하여 보수 주류적 시각을 견지해 온 포즈너 판사도 자기 견해를 일부 수정하였음을 알 필요가 있겠다. 즉 시장만능 사고 방식을 약간 수정하여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인정한 포즈너 판사이다. 포즈너는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공동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알 수 있듯이 보수 주류경제학 시각을 대변하고 있는 대표자중 한 사람이지만 그린스펀이 개인이기심 추구의 시장만능이 잘못된 사고임을 인정하였듯이 시카고학파도 시장실패시 국가개입의 폭을 상당부분 수긍하였다.)
(“너지” 의 저자는 행태경제학자이기에 주류경제학에 경도된 사람들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인에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설명을 해 보고자 한다. 그동안 행태경제학은 보수주류경제학에게 밀려 변방학문으로 취급받아 오면서 한국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고 있는 분야이어서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는 분야이겠지만 경방에서 행태경제학의 대표적인 흐름을 일관성있게 설명해 온 내 글을 읽어본 분들은 이해하기가 다소 수월할 것으로 여긴다. 내글을 읽어보지 않은 분은 내가 아고라에 쓴 글들은 꾸준하게 행태경제학 입장에 크게 기반해 왔기 때문에 내 과거글을 검색해서 읽으면 “너지”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보탬이 될 것으로 여긴다.)
행태경제학은 이론수리계량경제학에 대항하여 경제학에 심리학 이론을 접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흐름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카네만을 대표로 하며 1987년 블랙멘데이, 2000년 기술주 파동, 2008년 서브프라임 주가대파동을 계기로 그 근거 가치를 크게 입증하였음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한 마디로 행태경제학은 개인 이기심을 추구를 만능으로 여기며 시장전능설을 추구한 지난 30년간 지배해온 주류경제학의 흠결을 지적한 대항적 시각이다. 즉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제적 인간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불완전한 현실적 인간을 대상으로 현실적인 모델을 추구하는 경제학의 한 시각이다. 그동안 주류경제학은 인간들이 최상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완전한 이상적인 모델로서 인간을 상정하기에 그런 합리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시장은 완전하고 따라서 시장이 실패할 경우도 생기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시장의 실패가 끊임없이 생겨났다. 2008년 주가대폭락은 가장 강력한 한 예가 된다. 행태경제학은 현실적 경제 현실을 설명해 주는 이론이다.
행태경제학은 인간은 잘못을 저지르는 불완전한 인간이며 그러한 잘못을 “구조적으로” 저지르기 쉽다는 카네만이 대표적인 심리학의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주류경제학의 입장이 컴퓨터 모델에 따라 완전무결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스타트렉”의 대장 스포크라고 본다면 행태경제학은 비합리적이며 나약하고 부족한 가장 현실의 인간적인 면을 보이는 “심슨가”의 호머 심슨이라고 비유해 볼 수 있겠다.
TV 만화 “심슨스” 프로그램이 그렇게 인기를 장기간 구가하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호머 심슨이 바로 가장 현실적인 인간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들의 부족한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스타트렉” 컴퓨터 모형에 따라 움직이고 통제되는 세상이 아니다. 컴퓨터로 조정하여 달나라 뿐만 아니라 화성에 까지도 가는 기술이 한 층 발전된 현재 세상이지만 현실의 경제 상황은 주류 경제학의 이론과는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이러한 주류 경제학이 30년간 지배해 온 잘못을 수정하는 시각이 행태경제학 입장인바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넛지Nudge”의 공저자는 새로운 타협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개념을 살펴보도록 하자.
핵심적으로 왜 국가 개입이 정당화되는지 그것을 설명하는 것으로서 애들 장난감을 한 예로 들어서 보자. 불행하게도 위험한 장난감 때문에 애들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인간 이기심 추구는 합리적이기 때문에 시장 실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당연하게 정부의 규제가 필요 없다는 주류경제학 입장은 문제가 생긴다. 잘못을 소비자 탓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령 위험 장난감에 경고문이 삽입되어 있고 설명서가 있다고 치더라도 중고품의 경우에는 설명서등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또 설명서가 있다고 치더라도 그 설명서를 읽는 부모등은 많지 않다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에게큰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금할 필요가 생기는데 이 역활은 결국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생산자가 선택해서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고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가 있어서 사고 파는 제품이지만 소비자는 선택을 합리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현실이라면 정부가 알아서 먼저 챙겨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어린애 장난감 제품 규제처럼 금융상품이나 금융시장 질서 규율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근래에 등장한 주택대출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이고 복잡한 연계상품이 많아서 소비자가 이해하는데 한계가 많다. 소비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사인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은행 쪽의 약관대로 그저 믿고 사인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또 각종 의료보험이나 차량 손해보험등도 소비자가 선택해서 가입하기는 하지만 서로 비교해 보거나 따져 보고 나서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꼼꼼히 따질 능력이 있다고 치더라도 바쁜 와중에서 설령 자기에도 유리하다고 해도 습관적으로 계속해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들은 보수적이 경향 때문에 바꾸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실 경제는 경제적으로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간으로 가정하는 주류경제학의 가정이 현실적으로는 많이 틀리다는 것을 발견한다. 또 우리 인간들은 자신의 선택이 가장 잘 안다고 자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대표적이다.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는 최고고수라고 자신감이 넘쳐 흐르게 마련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러한 사람들은 모두가 실패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주변에 보면 대부분 주식투자 실패자들이 훨씬 많다.
또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 인간들은 자신들이 보는 것만을 인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은데 우리 인간들이 보고 판단하는 것에는 편견으로 많이 들어 있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너지” 저자가 책 첫 머리에 인용하고 있는 그림이 유명한 “세퍼드의 두 테이블”이라는 그림이다. (Roger Shepard's book Mind Sights: Original Visual Illusions, Ambiguities, and Other Anomalies (W. H. Freeman, 1990).
여기서 잠깐 세퍼드의 두 테이블 이라는 그림을 보자.

© 1990 Roger N. Shepard
일반인들에게 두 테이블 중 어떤 테이블이 더 기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거의가 왼쪽 직사각형 테이블이 오른쪽 정사각형테이블보다 더 길다고 답한다. 그러나 사실 자를 직접 대고 재어보면 알 수가 있듯이 두 그림에서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이나 길이가 똑 같다. 믿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런 실험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우리 자신들 두 눈앞에 바로 보이는 것도 이렇게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얼마나 많이 틀리겠는가? 우리들이 통상적으로 판단하고 자기 생각이 맞다고 내리는 결론들이 얼마나 틀린지를 자신들은 잘 모르고 있다.
행태경제학은 이런 인간들의 실수나 판단미스를 인정하고 그러한 실수나 잘못을 더이상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행태경제학적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주장은 인간들은 시스템적으로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인간들은 과거의 실수에서 배운다고 말하지만 어제의 실수도 쉽게 망각해 버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인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이론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넛지” 책을 읽어나가는 독자는 현실적인 인간들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고 인간들이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라고 보는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바로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주류경제학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복잡한 금융상품도 시장에서 결정되어 판매되면 소비자 자기 자신들이 더 잘 알아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점의 발견을 바로 행태경제학이 제공해 준다. 주류경제학은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로 여기면서 실제로는 인간들을 조작해 이용해 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을 할 수도 있다. 인간들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추켜 올려주면서 자기들은 뒤에서 소비자들을 봉으로 여기고 바보들로 여기면서 이용만 해 먹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속지 말고 깨어있는 사람이 되어라! 라고 나의 일관된 외침인 것이다.)
행태경제학이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비자들은 사실 잘 모른다. 인지심리학 연구 결과가 잘 말해주듯이 소비자들은 인식 한계가 있고 속아 넘어가기 쉬운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그러기에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사기꾼들을 감시하고 미리 알아서 챙겨주는 역활을 하자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이 개인 자유 의사를 가장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극단적으로 추구한다면 속아넘아가는 개인의 책임일 뿐이기에 사기꾼의 존재는 오히려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한 인지심리학으로 보면 사기꾼에 쉽게 넘어가기 마련인 것이 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에 사기꾼이 출현하는 것을 막을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권이 최고 우선인 자본주의사회에서 개인의 선택권을 박탈할 수 없다고 본다면 문제는 개인의 의사선택권을 박탈하지 않고 즉 <개인의사에 반하는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서 어떻게 하면 개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인가>가 핵심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nudge: 넛지”의 영어 뜻이 강제가 아닌 스스로 하게끔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여컨대 선생이 두 학생에게 질문을 하는데 대답을 하기 꺼려하는 한 학생이 옆 동료학생에게 말 대신 팔꿈치로 팔을 약간 치면서 네가 먼저 답을 하라는 모습이 바로 “넛지”라는 단어 뜻이다.)
강제성은 없지만 정부가 나서서 개입한다고 하는 부분에서 보수주의자들은 반박을 하게 되는데 그 반박의 핵심은 이렇다. 소비자는 잘 모르는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정부가 아버지 처럼 미리 보살펴 소비자 이익을 챙겨준다는 것에서 어떻게그러한 정책을 펴는 정부 담당자들을 믿을 수 있냐?는 정부 불신이 그것이다. 모든 것은 시장이 알아서 해결하는 시장 중심주의주의가 보수적 주류경제학의 중심주장인데 이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기본적으로 가득하다. 즉 오스트리아 학파의 기본 입장인 것이다.
“너지” 저자가 주장하는 전문적 용어 “자유주의적 가부장보호주의 (libertarian paternalism)”이란 말은 언어도단 아니냐?고 반박하는 이유를 알 것이다. 즉 개인선택권을 부여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가부장적으로 친권을 행사한다는 것이 서로 통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것이다. 개인 이기심을 최대로 추구하는 것은 국가 개입이 가장 없을 때나 가능한 것이기에 국가개입을 적극 반대하는 이들로서는 국가개입은 당연히 의심하게 되고 그러한 움직임은 이율배반적으고 상호배타적인 개념이라고 반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자적 입장에서 선의의 유도를 하는 경우 개인의 선택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한 예로 들어보자. 내가 회사에 다닐 때 신입 여직원이 입사하면 가장 먼저 챙겨주고자 했던 저축통장 마련해 주는 것이었다. 내가 당사자가 아닌 만큼 직접적으로 저축통장을 마련해 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입사 첫 월급 타기전에 먼저 은행가서 은행통장 부터 먼저 만들고 오라고 지시하면 사회생활 첫발을 디디는 어린 직원들은 상사의 말을 듣기 마련이다. 직장초년생은 월급에서 저축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것도 드물다. 그러기에 반강제적으로 상사가 챙겨주는 통장개설을 갖는 직원이 결국 다른 직원 보다 더 많은 저축을 하게 마련이고 노후보장을 더 잘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류경제학 입장에서 보면 시장에서 제공하는 상품이 있는한 사람들이 각자 알아서 자기 노후 대책까지를 잘 마련할 수 있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는 누가 미리 챙겨주지 않으면 직원 스스로 알아서 저축을 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문 편에 속한다. 이렇게 국민들이 보다 좋은 선택을 하도록 미리 잘 챙겨주는 부모와 같은 역활을 정부가 맡도록 하는 것이 “너지” 역활론자들의 주장인 것이다.
II
우리 인간은 남의 의견에 쉽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수술을 받고 나서 5년 후에 살아날 확률이 90%라고 말하는 경우가 수술 후 5년후에 죽을 확률이 10%라고 말하는 경우 이 둘중에 수술을 선택하는 환자들의 비율은 크게 달라진다. 90% 살아날 확률이라는 말이나 10% 죽을 확률이라는 말의 결과는 둘 다 똑같다. 90% 살아날 확률과 10% 죽을 확률이라고 말할 때 그 차이는 없다. 그러나 우리 나라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과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속담이 있는 것처럼 사람은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동네 슈퍼 그로서리 가게의 매장 위치나 물건 위치를 바꿈으로소 매출 순위가 크게 뒤바뀐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보통 지식을 심리학 실험 결과로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돈계산대 바로 옆에 초코릿이나 컴 같은 것을 진열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계산대 근처에 진열해놓고 있는 물건이 가장 마진율도 높다. 초코릿 같은 마진율이 가장 높고 충동구매가 가장 높은 물건을 계산대 근처에 진열해 놓는 기업의 기본적 지식에 해당한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들은 소비자들의 행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매장 배치를 설계하면서 보다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어떻게 하면 잘 속이는지를 항상 탐구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강제하지 않고서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매장 배치는 그런 이유에서 이다.
저자가 인용하는또 다른 실험 결과를 보자.
학교 카페에 메뉴를 바꾸지 않고 단순하게 매장 전시 순서를 바꿈으로서 학생들의 건강 식품 소비를 크게 바꿀 수가 있다는 현장 실험결과를 제시한다. 학교 카페에서 과일을 계산대 근처에 놓는 경우에 따라 과일 소비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때 단순하게 매장 설계를 바꿈으로서 학생들의 건강을 높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의 자유선택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선택 설계”를 잘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대로 선택을 도와주는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살찌는 음식을 강제로 금하지 않고 소비자가 선택을 잘 하도록 도와줌으로서 건강한 학생을 원하는 결과는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그러한 설계를 할 것인가? 바로 정부 담당자의 역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을 보자. 암스테르담 공항의 소변기에 파리를 넣어두는 경우에 소변흘리는 것을 80%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소변기에 파리를 발견하면 사람들이 거기에 시선을 집중을 할 것이기 때문에 소변을 옆으로 흘릴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이 증명된 것이다.
또 다른 실험 하나를 더 보자. 장기 기증을 장려하는 결과를 어떻게 다소 높힐 수 있을까? 운정면허증에도 나타나듯이 장기기증 의사선택을 하는 표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결과를 얻게된다. 장기 기증할 사람은 기증 의사 선택을 표시하도록 하는 방법과 또는 장기 기증을 하지 않을 사람은 먼저 표시선택하도록 하는 물음표를 작성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합리적인 인간들이라고 가정하면 어떻게 물음표를 작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없다. 왜냐면 똑똑한 인간들이라면 질문을 거꾸로 묻든 바로 올바른 답은 하나이기에 올바르게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답이 물음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그 결과는 엄청 달라진다. 장기기증을 하는 칸에 틱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42%가 장기기증에 동의했지만 장기기증을 하지 않을 경우 그 칸에 틱하도록 한 경우는 82%가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질문 자체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천양지차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행태라는 것이다. 인간의 의사 선택권을 하나도 침해하지도 않고 스스로 선택에 맡겼지만 나타난 결과는 엄청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선택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시 한 예를 보자. 집을 지울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동선 위치이다. 집안을 들어서며 어떻게 걸어들어오느냐를 설계하듯이 “선택 설계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은 개인 책임이지만 그 선택을 현명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선택 설계사 (choice architects)”의 개념이 “너지”에서 중요하게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앞서 예에서 설명하였듯이 장기이식 기증도 틱을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디폴트”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렇게 개인의 선택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이게 “너지”의 핵심적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케인즈 경제학 입장처럼 정부 관료가 모든 경제를 이끌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아니고 신자유주의 경제학입장처럼 시장이 만능이라는 생각도 배제하고 있다.
자유방종에 내버려두지 않고 강제 개입도 아닌 면에서 중간자적인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율도 강제도 아닌 제3의 길이라고 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여기에서 진보좌파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하는 반면 보수우파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놓는 것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좌우파측에서 보면 제3의 길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다.
현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완전무결한 <경제적 인간>들이 아니다. 인간이 그렇게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모두가 성공할 것이며 몸에 해로운 술 담배나 마약을 하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인간들은 담배를 끊는데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유혹에 빠지거나 하는 이유로 실패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자율은 허울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인간은 자율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보는 것이 말로는 좋게 들리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스타트렉 스포크 대장처럼 컴퓨터가 지시하는대로 자기콘트롤을 다하는 경우 보다는 호머 심슨처럼 나태하고 무기력하며 왔다기 갔다리하고 자기 편견이 가득하며 사회에 휘둘리는 비이성적인 경우가 훨씬 많은 경우가 우리 현실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현실 인간들은 주류경제학 이론이 상정하듯이 컴퓨터처럼 완전무결하게 의사결정을 완벽이 해내는 “경제적 인간 (Homo economicus)”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사람들은 크게 자만하기 마련이고 쉽게 흥분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적 인간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챙겨주지 않으면 스스로 해나갈 수 없는 인간들이 훨씬 많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라도 자기 전문 분야를 벗어나면 문맹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인간은 틀리든 맞든 남의 의견에 놀아나기 마련이다. 인간은 부족하기에 자기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자만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아니된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잘 이해하고 가입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시골에 가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늙은이를 꼬시는 경우가 무척 많다. 매도프처럼 시장에는 사기꾼이 들끊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들은 시장 만능의 폐해로 부터 보호해야 한다.
기본 경제학 입장에서 보면 선택이 많은 것은 결코 나쁠 수가 없다. 인간이 합리적으로 선택해 낼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나쁜 것을 분별해 낼 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너무나 많은 선택이 넘쳐나서 문제가 생긴다. 세상사람들은 너무나 바쁜 나머지 무엇이 자기에게 유리한 줄도 모르고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유리한지 “디폴트 옵션”을 하도록 보살펴 주는 것이 오히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유리한 선택을 도와주는 “선택 설계사”가 필요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쉽게 이룰 목표가 아니다. “개인을 강제하지 않고서 어떻게 사회적으로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의 문제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 즉 인간은 이기심으로 가득차고 쉽게 잊어버리며 무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한다면 누군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 들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때 아버지가 부족한 어린 자식을 돌봐주는 것처럼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 보다 옳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너지” 책의 표지 그림에서 보다시피 엄마 코끼리가 아기 코끼리를 살살 보호해 “유도”해 가듯이 정부가 국민에게 이익을 되는 방향으로강제성 없이 “유도 (Nudge)”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길이 자기 선택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기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인 제3자적 중용의 길이 아닐까?
만시지탄이지만 청와대가 중도실용주의로 돌아선 것은 백번 옳다고 본다. “너지”저자들은 잘 알려진대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였으며 보수우파인 보수주류경제학에 대항하는 진보좌파적 시각의 행태경제학자들이다. 이런 배경을 안다면 이런 책을 독서함으로써 청와대 국정 운영 방향이 더욱더 중도실용주의로 나아갈 것임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다. 인수위 시절 대선 승리에 도취하여 보수우파정책을 택한 집권1기의 명백한 잘못을 이제 확실히 인정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청와대 국정방향은 중도실용주의 길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꾸준히 집권1기 보수경제정책 비판을 한 결과로 인해 청와대의 국정방향이 돌려진 것이다.
“너지”에서 저자는2008년 금융경제위기의 진단을 2페이지에 걸쳐 짧게 후기로 추가하고 있다. 저자들이 판단하는 것처럼 금융경제위기는 “탐욕과 부패”가 초래한 인간 재앙인 것이다. 청와대및 정부 공무원은 바로 이점을 상기하지 않으면 진정한 금융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너지”의 서브 타이틀은 “건강과 부와 행복에 대한 보다 나은 의사결정” 이다. 서브타이틀이 바라는 것을 이룰려면 우선 인간들은 조작되기 쉽다는 존재라를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심리학의 연구결과는 인간의 판단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 정책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경제학자나 법학자가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이상적인 가정에만 근거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그 실패는 예고되어 있다고 본다.
“너지”를 읽은 사람은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깨닫고 왜 인간중심의 제3의 길이 필요한 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다시 한 번 행태경제학의 중요한 기본적 시각을 말함으로써 조금 설명이 긴 글을 끝맺고자 한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적 기계가 아니라 오히려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 판단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것도 실수를 “반복적”으로 하기 마련인 것이 우리 현실적 인간들이라는 것 (real people make mistakes systematically)이 라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카네만은 주장한다. "systematically"라는 말은 다시말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