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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묘한 글로 사람을 유도하지 말아야
    세상 이야기 2009. 6. 14. 12:53

     

     다음은 조선일보 조용헌 칼럼(2009. 06. 08)이다  

    [조용헌 살롱] 장가계(張家界)와 독존의식(獨存意識)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을까? 연구를 해보니까 두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하나는 탈출구(脫出口)의 확보요, 다른 하나는 독존의식(獨存意識)이다. 탈출구라 하면 주변 사람들이 모르는 어떤 공간으로 도망가거나 숨어버리는 방법이다. 중국 장가계(張家界) 같은 곳이 그런 탈출구였다. 초한지의 장량(張良). 그가 권력의 살기를 감지하고 뱉은 말이 바로 '공성신퇴(功成身退)'이다. 공을 이루었으면 몸을 뒤로 빼야 산다. 그렇다면 어디로 뺄 것인가. 장가계로 뺐다.

    장가계의 면적은 한국의 경기도만한 크기인데, 이 지역 내에 칼날 같은 바위 봉우리가 무려 3만7000개나 솟아 있는 특이한 지형이다. 이들 봉우리의 최고봉은 대략 해발 1100m이고, 계곡에 들어가서 이들 봉우리를 올려다보면 300~400m 높이에 해당한다. 봉우리들이 거의 직선으로 솟아 있는 데다가 그 모양도 깎아지른 바위절벽 모습이라서 기괴(奇怪)한 장관이었다. 수시로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는 음산한 기후인 데다가 먹을 것도 없는 척박한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장가계는 보통 사람이 살 수도 없고 들어갈 수도 없는 산적들만의 치외법권 지대였다고 한다. 여기로 한번 숨어버리면 정말로 찾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3만7000개의 봉우리를 언제 수색한단 말인가! 장가계로 숨을 수 있도록 장량을 인도한 사람은 스승인 황석공이었다. 장량의 운명을 내다보고 권력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험지인 장가계를 미리 물색해 놓았던 것이다. 장가계를 몰랐더라면 장량은 자살하거나 사형을 당했을 것이다.

    독존의식은 주변 사람들이 어떤 욕을 하거나 비방을 하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의식을 가리킨다. 독존의식이 약한 사람은 사회적인 평가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 또는 사회적인 평가로부터 초연하기 위해서 요가 수행자들이 취했던 방법은 아무도 없는 사막에 들어가서 최소한 3주 정도 홀로 거주해보는 방법이었다. 사막에서 3주 정도 혼자 있으면 독존의식이 길러진다고 한다.

    근자에 보니까 사막에 가지 않고도 '꿋꿋하게' 독존의식을 지니고 있는 인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나의 장가계는 어디인가? 돈 생기 사막에 한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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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을 보고 느낀 점을 적어본다.  조용헌이 이 칼럼을 통해서 하려고 했던 속마음은 무엇일까?
    아마도 짐작컨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판하려고 하는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 초한지의 장량처럼 도망가지 않고 자살을 선택한 것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현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를 압박한 것은 틀림없다. 장량이 장가계로 도망한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런 정치활동을 하지 않고 칩거했다면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인기가 없었다면 괜찮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 세상>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활동을 했고 봉하마을에 계속 사람들이 몰려들고 신문에도 가끔 서민적인 모습이 나오고 하니 현 정권이 참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압박에 대하여 독존의식이 있었다면 아마도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것이 조용헌의 속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조용헌은 독존의식을 요상하게 정의한다.  수도승들이 사막에서의 수도를 통해서 획득하는 독존의식은 그 수도승들의 옷차림이나 빈한한 삶의 방식 등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욕을 하고 비방을 하더라도 꿋꿋하게 자신의 수행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자세를 의미할 것이다.  수도승 자신이 다른 사람을 죽이고 돈을 빼앗고 한 다음에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태도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용헌은 독존의식을 "주변 사람들이 어떤 욕을 하거나 비방을 하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의식"으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전두환을 독존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내세운다. 쿠데타를 통해서 집권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죽음에 상당한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이 전혀 책임의식 없이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독존의식이 강한 사람이라니? 전두환을 미화하는 것인가?
     조용헌의 정의대로 독존의식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을 납치하여 살해한 강호순같은 사이코패스들은 독존의식이 강한 사람이다.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뻔뻔한 사람이 갑자기 독존의식이 강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강호순 같은 사람이 고도의 수양을 거친 수도승들과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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