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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직 신문기자로서 말하는 한국신문의 여론조작법3-외신보도 사례를 바탕으로정치 2009. 8. 7. 12:40
그저께 소개했던 아고라의 글 가운데 윌리엄 페섹의 칼럼 내용을 둘러싼 언론 왜곡보도 내용과 왜곡 과정을 추적해보았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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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의 유명한 아시아경제 전문 칼럼리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2009년 7월 27일(미국 시간 26일) ‘급속한 회복 신호 자체가 버블이다(Call for Rapid Recovery Is Bubble All Its Own)'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이 칼럼은 한국과 중국을 주로 예로 들며 아시아 경제가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으로 일시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이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성급한 조기 회복론에 들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경고였다. 필자 또한 그의 칼럼 내용에 공감한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이 칼럼 내용을 거의 정반대 내용처럼 소개했다. 그가 본론 전개에 앞서 칼럼 도입부에 겉으로 한국 경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짧게 언급한 것을 마치 칼럼 내용의 핵심인 것처럼 소개한 것이다. 특히 페섹은 칼럼 첫 줄을 ‘한국의 관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칼럼 전반의 내용을 고려하면 약간은 조롱에 가까운 표현이다. 그런데 한국의 상당수 언론들은 이 문장을 따서 ‘한국경제에 경의를 표한다’는 등의 제목 아래 페섹의 지적과는 정반대로 그가 마치 한국경제에 대해 굉장히 호평한 것처럼 소개한 것이다. 아예 원문 내용을 바꿔 날조를 해버린 것이다.
한국 언론들이 어떻게 이 기사를 날조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소 길지만 원문을 소개한다. 번역은 필자가 직접 했는데, 대부분 직역했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분적으로 의역도 했다. 괄호 안의 내용도 필자가 넣었다.
http://www.bloomberg.com/apps/news?pid=20601110&sid=awbeFpo0K1kw(칼럼 원문)
한국의 관료들에게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 거의 6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경기를 확장시키는 한국의 능력은 아시아 지역에서 오랜만에 듣는 가장 좋은 소식 중 하나다. 14조 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가 여전히 혼돈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아시아는 역경을 이기고 잘 버티고 있다는 신호다.
최소한 지금 당장은 그렇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은 두 가지 이유에서 자족하지 말아야 한다. 첫째, 정부 재정 지출 증가와 저금리는 당장에는 좋은 일이지만, 세계적인 수요 회복을 대체할 수는 없다.
둘째, 방만한 정책들은 단지 경제회복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버블을 더 키울 뿐이다. 이는 향후 시장에서 발생할 문제들에 더욱더 경제를 취약하게 만든다.
2009년 2분기 한국이 전 분기 대비 2.3% 성장한 것은 동아시아 지역이 세계경제 위기에서 U자나 W자가 아닌 V자형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들어맞는다.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바로 그런 전망을 했다. ADB는 경기 회복의 위험요인들이 사라지더라도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은 팽창적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전망이 나는 우려스러운데, 중국은 딱 들어맞는 사례다. 홍콩에 있는 폭스-핏 켈턴의 아시아태평양 전략분석가 마크 매튜스는 중국을 ‘형성중에 있는 버블’이라고 불렀는데, 전혀 과장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대규모 경기부양책 자금들이 자산시장으로 잘못 흘러가고 있는데 이는 정책당국자들이 좋은 기분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붐이 이는 중국의 자산시장에 관한 헤드라인 뉴스들은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는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시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을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한 장기적인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주가가 치솟는다고 해서 중국이 수출 의존도를 줄일 수는 없다. 증시 또한 부채로 조달한 방만한 재정 지출로 떠받쳐지고 있어서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전반의 현상이다. 아시아 지역 경제들의 회복 조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발이 떨어질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찬사일 뿐이다. 그것은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하는 중앙은행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단기적 처방일뿐 장기적 해법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 성장인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자산거품을 초래하게 될 뿐이다.
어떤 면에서 아시아에서 V자형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은 그 자체로 거품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A증시 상장을 추진중인) 중국건축은 중국 정부에 감사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이 회사가 지난주 상하이 증시에서 73억달러를 모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16개월만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주식공모였는데, 그 같은 성공이 아시아 증시들이 아주 좋았던 한 주를 보낸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에서는 지난 금요일(7월 24일)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 LG전자에 이어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2.2조 달러의 경기부양자금과 약세인 (원달러) 환율 덕을 본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아시아 지역의 진정한 경기 반등세에 반응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공 지출로 만들어진 경기 회복에 대한 환상에 반응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전세계 정부들이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낙관론 속에 지난 3월 9일 5년내 최저점에서 53%나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전세계 정부의) 대책들의 효과가 정점에서 내려가면 경기부양책에 중독된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마약주사를 제공할 충분한 지원자금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 경기 후퇴 흐름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한 한국의 성공을 비방하는 것은 아니다. 8개월 전 트레이더들은 아시아 네 번째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이 막대한 부채로 (국가 부도가 난) 아이슬란드가 갔던 길을 가는 게 아닐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은행이 아시아 주요 중앙은행들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릴지 여부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는 여전히 미국의 소비에 너무나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상승하는 한 아시아의 전망은 불확실하다. 미국 실업률이 계속 올라가는 한 아시아의 경기 전망은 불확실하다. 심지어 중국 대세상승론자인 싱가폴의 로저스 홀딩스 회장 짐 로저스조차 그들의 상대적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아시아 각국 경제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탈동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그런 점은 현재 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속도에 대해 당신을 의아스럽게 할 것이다. 상하이 증시는 올해 85% 상승했다. 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83%, 인도 뭄바이 61%, 타이완 51%, 싱가폴 43%, 필리핀 마닐라 41%, 태국 방콕 40%, 홍콩 39%, 서울 35% 각각 상승했다
그런 움직임들은 왜 일본 도쿄 증시가 뒤처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의문을 품게 한다. 아마 올해 니케이 주가가 7.4% 상승한 것이 다른 증시들보다 더 잘 아시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각국 경제를 수출로부터 내수로 방향 전환할 필요성이 지금보다 더 큰 적은 없었다. 9000 이상으로 올라온 다우존스지수 또한 기본 셈법을 바꾸지 못한다. 치솟는 실업률과 정체된 임금소득이 가계들을 뒤흔듦에 따라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다섯 달만에 처음으로 이번 7월에 떨어졌다. 세계 경제위기는 언젠가는 끝날 것이고 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경제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과제로 복귀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거기에 이르지 못했으며, 시장이 성층권(매우 높은 고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을 향해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은 지상의 현실에 의해 지지되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는 한국 언론들의 구체적인 보도내용을 살펴보자. 한국 언론의 보도 양상과 왜곡 과정을 보기 위해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들의 기사 제목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시간순으로 살펴보았다.
페섹 “한국에 경의를...아시아 버블 우려”(연합뉴스)
블룸버그 “한국에 경의를...아시아 버블 우려”(매일경제)
“한국 경제회복에 경의를 표한다”(문화일보)
아시아경제통 페섹 “한국 빠른 경제회복세에 경의”(파이낸셜 뉴스)
블룸버그 “빠른 회복 신호, 그 자체가 거품”(프레시안)
“한국경제 회복세 경의를 표한다”(서울경제)
페섹 “한국 빠른 회복에 경의”(한국경제)
페섹 “韓 놀라운 성장에 경의를”(머니투데이)
“한국의 빠른 경제 회복에 경의”(세계일보)
“한국 경제 회복세에 경의를 표합니다”(중앙일보)
“한국 경제, 빠른 회복 가능”(조선일보)
페섹이 한국에 모자 벗고 경의 표한 이유는?(머니투데이)
해외에서 인정하는 경제위기 극복 성과(서울경제)
이를 보면 알겠지만, 페섹의 칼럼내용을 가장 먼저 기사화한 것은 연합뉴스다. 연합뉴스는 한국 언론들이 그날 보도할 주요 뉴스들을 선별할 때 참고가 되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의제 설정 기능이 상당히 강하다. 연합뉴스 보도가 네이버에 뜬 뒤 24분 후에 뜬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제목부터 기사 내용까지 거의 그대로 베끼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있다. (참고로, 한국 언론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거의 그대로 베끼고 나서 자사 기자들의 이름을 달아 자사가 직접 보도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실상 이는 표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의 경우라면 기사 작성자가 당장 해고될 정도의 사안이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들은 오히려 데스크들이 이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언론이 최소한의 보도 윤리조차 지키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는 “페섹이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 아시아 경제 회복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시아 국가들의 부양책과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버블 현상을 우려했다”고 소개했다. 페섹이 현상을 설명한 뒤 비판적 시각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마치 칭찬하는 톤으로 바꿔 소개한 것이다. 또한 한국과 아시아를 분리해 페섹이 한국은 칭찬하면서도 아시아에 대해서는 버블을 우려한다는 식으로 교묘히 기사를 작성했다. 그래도 연합뉴스는 이후 이어지는 후속보도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래도 제목에서 ‘아시아 버블 우려’라는 표현도 넣고, 내용에서도 페섹의 경고를 상당 부분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보도부터는 거의 날조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한다. 문화일보 보도를 보면 “한국 경제회복에 경의를 표한다”라는 제목 아래 ‘미 칼럼니스트 페섹 극찬’이라는 부제까지 달아놓았다. 또 “미국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경제 회복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소개해 연합뉴스가 보도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부양책과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버블 현상을 우려했다”는 부분은 아예 빼버렸다. 그리고 페섹의 경고는 마지막에 두 문장으로 짧게 처리했다. 사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문화일보도 사세나 발행 부수에 비해서는 의제 설정력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대부분 조간신문이나 방송사들이 지면이나 뉴스 제작시 석간인 문화일보를 참고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일보 보도 이후 거의 모든 언론들은 문화일보와 비슷한 톤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머니투데이가 운영하는 케이블방송인 MTN은 아예 ‘페섹이 극찬했다’고 표현했고, 조선일보는 “27일 나라 안팎에서 한국경제에 관한 '굿 뉴스'가 쏟아졌다”고 소개했다. 서울경제신문은 7월29일 사설에서 ‘해외에서 인정하는 경제위기 극복 성과’라는 사설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극복이 매우 성공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며 페섹을 인용했다. 심지어 이 사설은 “페섹의 평가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우리 경제에 대해 강한 비관론을 펴왔기 때문이다”라며 마치 그가 전향이라도 한 양 소개했다. 매일경제도 7월 29일 ‘아예 정치인을 수입해볼까’라는 칼럼에서 페섹을 인용한 뒤 “(한국경제가) 이런 칭찬을 들을 법도 하다”고 되풀이했다. 조선일보는 7월30일 다시 ‘라이언 일병과 출구전략’이라는 외부필자의 시론을 통해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속하면서도 과감한 대처와 경기부양으로 2분기 성장률이 2.3%(전기대비)를 기록할 정도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호평을 한 것”이라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반복했다.
이러다 보니 정부 여당들도 그 같은 왜곡보도를 인용해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언론 보도 다음날인 7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지독한 이명박 정부 발목잡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곳곳에서 실물경제회복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며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경제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과 관련해서 한국정부 관계자들에게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페섹의 칼럼을 근거로 민주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은 것이다. 이틀 뒤인 7월 30일에는 기획재정부가 ‘출구전략 시기상조...확장적 정책기조 유지’라는 기사체 형식의 정책정보를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올리면서 “나라 안팎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해 칭찬이 쏟아졌다”며 언론 보도내용을 인용했다.
한 마디로 언론이 거의 날조에 가까운 왜곡보도를 하고, 정부여당은 이를 근거로 자화자찬을 하고 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도 없다. 자신들을 욕하는 줄도 모르고 칭찬으로 알아듣는 격이니 바보천치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부 여당이 이 정도 수준이니 너무 (비)웃기다 못해 서글퍼질 정도다. 만약 페섹이 한국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국, 중국 등 아시아경제에 대한 경고를 ‘찬사’로 알아듣는 한국의 주류 언론과 정부 여당을 보면 아연실색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한국 정부 당국과 여당의 한심한 수준을 알고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더욱 부정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국내 언론들의 조작왜곡보도와 정부 여당의 ‘바보들의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일하게 칼럼 내용을 ‘정직하게’ 소개한 언론사는 프레시안뿐이었다. 프레시안은 “빠른 회복 신호, 그 자체가 거품”이라며 페섹의 칼럼 제목을 그대로 기사 제목으로 썼고 기사 내용도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해 보도했다. 또한 한국 언론들의 날조 보도가 이어지자 기가 막혔던지 프레시안은 ‘외신 왜곡...미디어법이 우려되는 실제 사례’라는 제목으로 페섹의 칼럼과 문화일보 보도 내용을 조목조목 비교하며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프레시안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다 보니 대다수 국민들은 정말 한국경제가 엄청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경제의 냉엄한 현실도 모른 채 기득권 언론들이 만들어낸 환상에 젖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어! 이러다 2000되나?’(머니투데이 8월4일자), ‘1년전 MB말 듣고 주식 샀더라면 부자됐을 텐데’(뉴데일리 8월4일자) 등의 주식 투자를 선동하는 듯한 보도를 하면서도 페섹의 칼럼 내용을 자기들 멋대로 끌어다 댔다.
이런 식의 엉터리 왜곡보도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매일 되풀이되고 있다. 상당수의 부동산 관련 기사들이 그렇지만, 당장 앞에서 소개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의 실적에 대한 기사도 생각해보자. 환율효과를 통한 실적 과대포장은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다음 아고라 논객들은 실적 발표 당일부터 분석하는 내용을 주류 언론들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하나둘씩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국일보를 제외하고는 별 뉴스가치가 없는 것처럼 몇 줄 걸치는 식이었다.
이처럼 일반인의 상당수는 독재가 끝난 뒤에도 이처럼 제대로 된 정보로부터 차단당하며 살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언론 자유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조지 오웰의 ‘1984년’에 살고 있거나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갇혀 있던 매트릭스 속에 갇혀 있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한국경제나 세계경제의 냉엄한 현실을 모른 채 왜곡된 정보에 휘둘려 금방이라도 한국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2009년 3월 84에서 7월 109로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이 또한 상당부분 정보 조작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반인들이 현상의 이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런 식의 가파른 심리지수 상승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건만 해도 실제 칼럼의 제목과 주제와는 전혀 딴판으로 일부만 침소봉대하거나 비판적 내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식으로 정보를 조작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일반인들에게 한국경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한국 정부를 미화한다. 그 결과 현 정권과 재벌기업이 덕을 보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갖지 못함으로 해서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일반 서민이다.
도대체 외신 기사 내용마저 정반대로 왜곡하는 이런 파렴치한 언론들을 정상적인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자신들을 욕하는 줄도 모르고 칭찬으로 알아듣는 한심한 정부 당국에 의지해 경제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 비아냥거리는 톤의 칭찬을 극찬으로 바꿔놓는 한국 언론의 상상력에, 자신들을 비판하는 칼럼조차 찬사로 새기는 한국 정부의 포용력에 경의를 표한다. 잠깐, 이마저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겠지.
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글쓴이 : 케네디언(연구소) 원글보기메모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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