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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나는 네가 뭘 했는지 시간대별로 안다.
    정치 2009. 9. 2. 23:37

     

    나는 네가 오늘 뭘 했는지 시간대별로 안다.

     

     

    최근 서울 종로에서 발생한 현금수송차량 탈취 기도 사건의 범인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덕에 잡을 수 있었다. 최진실씨 유골함을 훔친 범인 역시 시시티브이 영상 덕에 잡았다.

    도로, 건물 외벽, 골목길, 사무실,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 설치된 시시티브이는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기록을 남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시시티브이뿐만이 아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어디서 타고 내렸는지는 물론이고, 언제 어디서 인터넷을 이용했는지, 누구와 휴대전화 통화를 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어김없이 남는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 잠자리에 들기까지 나에 대한 기록이 어디에 얼마나 남을까.’ 국가인권위원회의 직원 ㅂ씨가 자신의 하루 ‘흔적’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귀가할 때까지 분 단위로 완벽하게 재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혼자 사는 ㅂ씨는 월요일 아침이면 광주광역시 본가에서 서울로 출근한다. 월요일 새벽 4시35분, 그의 ‘동향’은 휴대전화로 콜택시를 부르면서 남기 시작한다. 집을 나설 때는 아파트 승강기 앞과 단지 출입구에 얼굴이 찍힌다. 기차를 타기 위해 광주역에 도착했을 때도 역 출입구의 시시티브이 화면에 그의 모습이 남았다.

    기차를 타고 용산역에 도착한 뒤 지하철로 갈아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서는 과정에서도 그에 대한 기록은 곳곳에 남는다.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 행정망과 메신저·포털 사이트에 접속할 때는 로그기록이 남는다. 이후로도 귀가할 때까지 20여개의 시시티브이에 찍히고, 7~8곳에 신용카드 번호가 남는다.

    그동안은 이런 기록들이 독립적인 저장장치에 따로 보관됐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삭제됐다. 하지만 시시티브이 화면이 디지털화하고, 저장장치들이 통신망을 통해 접근 가능한 상태로 바뀌고 있다. 여러 곳에서 찍힌 시시티브이 화면을 분석해 특정인의 모습을 찾아내 이동 경로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할 수 있게 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일상생활 곳곳에 남긴 개인 기록은 범인을 잡거나 잃어버린 아이를 찾을 때와 같이 유용하게 쓰일 때도 많다. 문제는 이를 악용할 경우, 개인의 인권 침해를 넘어 사실을 은폐하거나 정보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 정치적인 이유로 의원을 살해한 정보기관이 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시시티브이 화면 같은 기록을 무단 조작하고 범행 장면이 담긴 저장장치를 가진 시민(윌 스미스 분)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장면이 나온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기사등록 : 2009-09-01 오전 11: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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